Letters_Life Project, <일흔일곱장의 편지> installation view, B-tree gallery

전시제목 :  《 일흔일곱장의 편지 Seventy-seven letters 》
전시작가 :  조소희 Sohee Cho
전시기간 :  2021년 03월 25일(목) – 4월 24일(토)
전시장소 : B-tree gallery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 홍문관
관람시간 :  화-금요일 10:00AM-6:00PM / 토요일 11:00AM-6:00PM / 일·월요일 휴무
총작품수 :  80여점

*코로나19로 인해 별도의 오프닝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비트리 갤러리, 작가의 인생 작업 <Letters_Life Project>
작가 조소희 개인전 《일흔일곱장의 편지》 개최
77장 편지의 시간의 무게, 그리고 ‘사라짐’

비트리 갤러리는 오는 3월 25일부터 4월 24일까지 조소희 개인전 《일흔일곱장의 편지》를 개최한다. 조소희 작가의 <Letters_Life Project>은 작가의 평생에 걸쳐 매일 1-2장의 편지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는 진행적인 프로젝트이다. 2003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편지>가 근래에 10,000장에 도달했고, 축적된 편지들은 작가의 인생의 마지막 시점에 익명의 사람들에게 발송 되도록 계획되어 있다.

편지_La vie en rose(blue), 실크, 면아사, 한지, 유리, 40x47cm, 2021
편지, Bravo, 2021, 실크, 면아사, 한지, 유리, 40x47cm

<편지>에 담긴 시간의 무게, 그리고 ‘사라짐’

장 보드리야르는 사물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사라짐과 연관 지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소희 작가는 거의 매일 1, 2장의 편지를 만든다. 이것은 작업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작가의 삶의 루틴이기도 하다.

반투명한 실크 천과 얇은 종이로 만들어진 <편지>는 13년 동안 켜켜이 쌓여왔고, 2019년 말에는 10,000장이 완성되면서 그만큼의 시간의 무게에 도달했다. 앞으로도 <편지>는 평생을 걸쳐 반복적인 리듬으로 조용한 결을 만들어내며 쌓여갈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르러 <편지>가 더이상 시간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만큼 쌓이고 ‘임계점’에 다다르면 모든 편지가 연기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실재성이 극도로 과잉되면 필연적으로 사라짐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소실의 순간이 오면 편지의 낱장들이 순식간에 수만 마리의 새처럼 날아올라 흩어지는 이미지 같은 것이다. 편지가 제작과 축적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시점에 익명의 사람들에게 모두 발송되어 흩어지며 사라질 것이다.

모든 존재의 의미가 그것의 사라짐으로써 온전해지는 것처럼, 작품 <편지>도 사라짐에 도달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 작업 <편지> 역시 시간을 따르는 반복적인 행위와 축적의 무게를 거쳐 그 이후에 흩어져서 사라지는 텅 빈 상태까지 포함하는 ‘시간-이미지’가 된다.

편지_La vie en rose, 2021, 실크, 면아사, 한지, 유리, 40x47cm

편지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얇은 종이 한 장 위에 하루에 한 단어, 때론 두 세 음절 정도의 단어를 반복해서 타이핑 한다. 글자의 의미는 일상적인 것부터 관념적인 단어까지 날마다 다양하다.

문자의 의미는 타이핑이 반복되고 글자가 중첩되는 과정에서 가독성이 결여되면서, 마치 실로 짠 그물코의 연속인 선의 형태처럼 쓰여진다. 이 과정을 통과하며 단어의 의미는 일정하고 반복 적인 수동 타자기의 소리 뒤로 숨고, 기호는 점차적으로 이미지로 바뀐다. 결국 의미는 ‘침묵’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편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진행 형태의 이미지들은 ‘시간’을 중심에 둔 하나의 은 유이다. 은유는 의미를 앎과 모름 사이에 열어두고 그 중간 지역을 유영하는 즐거움을 준다. 또한 의미가 사라지는 언어의 소실점에 이르면 그 언어 자체에 매혹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작가 는 ‘시간-이미지’가 그 지속의 과정과 함께 열린 은유가 되어 언어가 소실되고 의미가 침묵하는 텅 빈 순간이 도래하는 것을 기대한다. 한 줌의 ‘앎’과 열린 가능성으로서의 ‘모름’의 공간, 다시 말해 이미지가 그 자체로 은유되는 여백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조소희 작가가 만드는 ‘시간-이미지’이다.

편지_How difficult it is to be simple!, 2021, 실크, 면아사, 한지, 유리, 40x47cm
편지_O와X, 2021, 실크, 면아사, 한지, 유리, 40x47cm
편지_도가도 비상도, 2021, 실크, 면아사, 한지, 유리, 40x47cm
대충그린원, 2021, 실, 동선, 55x79cm
대충그린원, 2021, 실, 동선, 55x79cm

이번 전시에서 조소희 작가는 특별히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기를 겪는 우리에게 편지의 문구를 통해 77개의 사소하지만 위트 있는 일상의 일을 제안할 것이다. 조소희 작가의 육중한 시간적 작업의 한 부분을 조우하여 교감 할 수 있는 다가오는 이번 3월 25일 비트리 갤러리에서 열리는 조소희 작가의 전시에 많은 기대와 관람을 바랍니다.

대충 그린 원, 2021, 실, 동선, 스테인레스 스틸, 물푸레 원목, 60x43x162cm
두루마리 짜기, 2016~2020, 플라타너스 원목, 황동, 실, 30x32x140cm
내가 하는 일, 2020, 나무 의자, 미송, <두루마리 휴지 위에 타이핑하기>, 실 보빈, 종이, 스테인리스 스틸 , 황동, 실, 44ⅹ39ⅹ17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