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에로티시즘에 대한 새로운 해석- 신선미 작가

  •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 2024.06.16 08:11

개인전 ‘사랑, 그날의 기억’ 서울 비트리 갤러리에서 22일 까지

신선미(44) 작가의 시그니처 ‘꼬마 요정’이 등장하는 화폭 속 공간 구도 설정은 작가의 어린 시절과 관계가 있다. 부모님은 울산에서 상품이 들고나며 많은 사람들이 찾던 대형 마트를 경영했다. 꼬마 눈높이, 오가는 분주한 사람들 모습은 건축물의 파사드(입면)에 어른거리는 실루엣처럼 보이기도 했다.

늘 병치레가 잦고 허약했기에 현실과 상상, 꿈의 세계를 오가는 시간을 가져 자신만의 무한 이미지 창출의 샘을 갖춘 것이다.

구도는 그림 속 화자의 시선이 중심이다. 마치 ‘걸리버 여행기’의 난쟁이들처럼 사람 ‘꼬마 요정들’이 화면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과감한 공간 비우기는, 관객이 화폭 크기와 비례해 작게 표현된 인물(얼굴)과 그 인물이 펼치는 스토리에 집중하는 설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채색되지 않은 장지 색 자체로 인물들의 윤곽선을 드러내는 부감 장치로 활용한 의도가 보인다.

작가는 이 땅의 전통 회화인 채색화와 중국 북종화 계열인 공필인물화(工筆人物畵) 기법을 섞어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듯 보인다. 한 올 한 올 빗어올린 머릿결과 속눈썹, 눈자욱 주변의 색조 등이 그렇다. 작가에게 그렇지 않느냐 물었더니, 그렇게 언급한 이는 필자가 처음이라면서, “대학 1학년 때 강성원(60) 작가에게 배운 게 무의식 속에 있었나보다”고 얘기한다. 재료는 동양화 물감인 분채와 먹을 주로 사용한다. 강성원은 1990년대초 한국과 중국 수교후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첫 한국 유학생으로 공필인물화를 전공했다. 한국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소산 박대성(79) 작가에게도 기법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선미는 울산의 대학을 휴학하고 서울로 올라와 한국화가인 박만규와 임태규에게서 1년간 사사받는 중 어느 화실에서 중국 화집을 만났다. 주인공이 왕 앞에서 도술을 부리는 장면으로 작은 모자함에서 노새가 뛰쳐나왔다.

“’내가 이런걸 그리고 싶었구나, 어릴 때 생각했던 걸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미는 학부 재학중 ‘한복 입은 여인 도상’을 본 스승에게서 “달력 그림 같은 걸 왜 그리지?”라는 말을 들었다. 신선미는 채색화를 더 연구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2006년 첫 개인전 <그림 속 그림이야기>에서부터 한복 입은 여인과 ‘개미 요정’ 을 등장시켰다. 신선미는 2007년 황석영 소설 <바리데기>(창비)의 주인공 탈북 소녀 ‘바리’를 그린 표지 그림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고를 읽고 난 느낌대로 그렸다고 한다.

(~중략~)

작가의 페르소나이며 작품 속 숱한 스토리의 화자인 ‘한복 입은 여인’의 모습은 전범이며 고전이어야 하지만 파격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통복식 디자이너 이혜순에게 도움 받아 한복의 속곳부터 겉옷까지 촬영하였고, 주인공이 ‘한복 입는 순서’를 시연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여성 작가의 감각으로 그려낸 현대인의 관음증 욕망의 의도적 부각은 다양한 반응이 예상된다.

신선미 개인전 <사랑, 그날의 기억>은 서울 마포구 비트리 갤러리에서 6월 22일까지 열린다.


심정택은 2009년 상업 갤러리(화랑) 경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국내외 400여 군데의 작가 스튜디오를 탐방했다. 그 이전 13년여간 삼성자동차 등에 근무하였고 9년여간 홍보대행사를 경영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 언론에 재계 및 산업 기사 60여편,  2019년 4월부터 작가 및 작품론 중심의 미술 칼럼 200여편,  2019년 10월 ~2023년 4월 매일경제신문에 건축 칼럼(필명: 효효) 160여편을  기고했다. <이건희전, 2016년> 등 3권의 저서가 있다.

출처 : 뉴스버스(Newsverse)(https://www.newsvers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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