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가득 채운 아이스크림 조형물. 투명한 아이스크림 속을 들여다보면 지나간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잊었던 꿈이 떠오르기도 한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비트리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이여름 작가의 개인전 ‘아이스크림 속 인생’은 달콤한 오브제 속에 수많은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 전시다. 이 작가는 소소하고 행복했던 일상의 순간들을 아이스크림, 쿠키, 젤리 모양의 형상 안에 저장한다. 이 작가가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SWEETCH (Sweet+Switch) 시리즈는 즐겁고 행복한 추억 뿐 아니라 슬프고 힘들었던 기억도 담아냈다.
500여 점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투명하고 시원한 얼음을 입 안 가득 물고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아이스크림 속 인물들은 운동을 하기도 하고, 영화 속 주인공이 돼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소녀와 서핑을 하는 사람은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작가가 제시하는 ‘달콤한 기억 한 입’을 베어물면 소소하지만 특별했던 일상의 한순간이 인생의 원동력이 돼 다시 살아갈 힘을 내게 한다.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 빨래를 널고 있는 가족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평범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가득한 아이스크림 시리즈를 지나면 이 작가가 이번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 쌍쌍바 시리즈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작가는 ‘스윗 메리지(Sweet marriage)’와 ‘스윗 메이트(Sweet mate)’ 시리즈를 통해 너와 내가 함께 할 때 더욱 달콤해지는 순간들을 담았다. 두 개의 얼음기둥 속 신랑 신부의 모습은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기에 충분해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젤리곰 오브제 ‘하루살기’였다. 365일을 표현한 젤리곰들은 각각의 몸 안에 서로 다른 알약을 품고 있다. 전시 초반에는 365개의 젤리곰이 전시돼 있었으나 판매가 되는 대로 관객들이 수령해 갈 수 있어 전시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작품 수가 줄어드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건네는 위로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게 와닿는 작품이었다.
이여름 작가는 “혼자하는 것보단 함께 해내는 걸 좋아한다. 세상을 함께하면 더욱 달콤해진다”며 “내 삶의 역사를 알고 이해하고 기억해주는 친구, 연인, 가족, 이웃들과 함께, 나의 삶을 타인과 나눈다는 것의 큰 가치를 쌍쌍바라는 오브제를 통해 표현했다”고 말했다.
글: 김유진 기자, 중부일보,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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