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플라주’ 미학을 추구하다- 맹일선 작가
입력 2026.07.05 03:19
개인전 ‘사물 이전의 사물’, 서울 비트리갤러리서 18일까지
지난 해 맹일선(IL SUN MAENG·48) 작가의 평면 작품들을 보고 매스(mass)가 강하게 연상되는 영국 조각가 앤서니 카로(Anthony Caro·1924~2013)를 떠 올렸다. 카로 조각들은 ‘발견된 오브제’와 미니멀리스트 구조물 결합(주로 철재)을 특징으로 한다.
맹일선 작가는 신경학적으로 오른쪽 눈의 시야가 좁게 제한되어 있다. 작가는 한 쪽의 보이지 않는 시야를 ‘온전히 보이는 쪽의 대칭’ 범위에 포함하는 게 대상을 파악하는 방식이 되었다.


2012년 런던 크립트 갤러리(Crypt Gallery)에서 열린 기획전 ‘콘크리트 거울(Concrete Mirrors)’에 비둘기를 소재삼은 작품을 내놨다. 전시장은 과거 교회 지하의 묘실(crypt)이었다.
“초의 그을음으로 캔버스에 이미지를 만든 뒤 이를 사진으로 촬영하고 다시 반전시키는 과정을 거쳐, 비둘기가 낯설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띠도록 의도했다. 공간이 지닌 역사성과 작업의 제작 방식을 연결함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다.”(작가 노트)
2014년 부터는 도시 야생 동물 작업에서 벗어나 오브제 목탄 작업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맹일선은 대상의 오른쪽만 그린 뒤 종이를 회전시켜 나머지를 대칭이 되도록 대상의 단순한 도형에 장식성을 더한다. 단단한 목탄을 날카롭게 다듬어 종이에 그린 오브제 외곽선은 마치 두터운 검은 종이를 오려 붙인 듯 반듯하다.
“회전은 대상을 완벽한 대칭에 이르게 만들어 준다. 어떤 형상을 가진 오브제든 스스로 회전하는 운동성을 갖게 될 때 본연의 형상을 잃고 굴곡만 남은 큰 덩어리의 모습이 된다. 마치 물레 위에서 회전하며 형태를 갖춰가는 흙덩어리처럼 말이다.”(작가 노트)
‘회전하는 오브제(Spinning Objects)’ 시리즈의 핵심은 ‘보는 행위(the act of seeing)가 무엇인가하는 표현 탐구이다. 화면에 놓인 오브제들은 빛과 그림자도 제거하였다. 검은 광채의 작품은 흑백의 대비, 사물의 운동성과 짜임새 있는 구도를 지닌다. 마치 벽돌 또는 콘크리트블럭 조적조(組積造) 건축 설계 방식처럼 화면에 오브제를 종렬로 늘어놓기도 한다.
작가는 종이 위에 자신이 감각한 대상을 목탄으로 화면에 구현한다. 화면 속 정물이나 오브제들은 무게감을 지닌 검고 묵직한 결정체(mass)로 정착된다. 맹일선의 ‘정물 느와르’ 시리즈는 사물을 정물화 틀 안에서 ‘대칭’을 향해 길들이듯 조각적 볼륨과 압도적인 물질감을 풍기게 한다.

목탄과 초의 그을음 공통점은 ‘재’이다. 색을 선택할 때는 이성이 작동한다. 모티브가 되는 어른거리는 형태적 이미지는 실루엣으로 나타나듯 감각으로 본질에 접근하면 색의 선택이 방해가 된다. 목탄은 색이 아닌 그 무엇이다.
맹일선 회화와 앤서니 카로의 입체 조각은 ‘매스(mass)를 다루는 감각과 공간적 긴장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카로가 현실 공간에서 좌대(Plinth)를 지워 매스를 해방시켰다면, 맹일선은 화면의 공간(회화) 속 좌대 위에 놓인 검은 목탄 덩어리의 물리적 무게감과 존재감을 극대화한다.
르네 마그리트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1929’는 “그림은 파이프의 이미지일 뿐, 실제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말(기호)과 사물(현실)이 일치하지 않기에 예술가는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몸을 움직여 다양한 작업 체계를 만들어낸다.
[중략]
맹일선 개인전 <사물 이전의 사물>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 비트리 갤러리에서 18일까지이다.
심정택은 2009년 상업 갤러리(화랑) 경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국내외 450여 군데의 작가 스튜디오를 탐방했다. 그 이전 13년여간 삼성자동차 등에 근무하였고 9년여간 홍보대행사를 경영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 언론에 재계 및 산업 기사, 2019년 4월부터 작가 및 작품론 중심의 미술 칼럼 270여편, 2019년~ 2023년, 건축 칼럼(필명: 효효) 160여편을 기고했다. 뉴스버스에는 2021년 창간부터 주1회 미술작가 평론을 게재해왔다. <이건희전, 2016년> 등 3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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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mar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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