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 하나 점 하나 더 얹을 틈조차 없다. 색이면 색, 결이면 결, 문양이면 문양, 꽃으로 시작해 꽃으로 끝냈다. 그런데 더할 나위 없는 치장으로 마무리될 듯한 이 광경에선 뜯어볼수록 미심쩍은 구석이 발견되는데.
당장 중앙에 서구식 의자를 차지한 ‘한복’여인이 발 양쪽으로 세운 미끈한 세단과 킬힐이 거슬린다. 여인의 무릎에 올린 가방과 손목에 매달린 시계도. 벽에 걸린 또 한 명의 서양의 ‘드레스’여인은 어떤가. 액자가 아닌 족자 안에 걸려 ‘한복’여인을 도발하는 듯하지 않는가. 창밖에 펼친 이국적 전경도 ‘내것’이 아니긴 마찬가지. 하지만 무엇보다 ‘몇 겹인지조차 알 수 없는 레이어’가 백미랄까. 이 전부를 얇은 천 씌우듯 슬쩍 덮어내 ‘속이 궁금한 그림’으로 만들어 놓는 거다.
되레 과도한 물욕을 탓하기 위해서란다.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현실에 더덕더덕 얹은 과욕이 상태를 망가뜨린다는, 그 허망한 현실을 빽빽하게 얹은 꽃잔치로 대신 말하는 거다. 무엇을 쥐었는지 잊어야 또 쥐게 되는 거겠지. 그래서 ‘망각의 살롱’(Salon de delusion·2022)인가 보다.
25일까지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94 비트리갤러리서 김은주·조소희와 여는 3인전 ‘밸런스드(Balanced) Vol.4’에서 볼 수 있다.
글 : 오현주 기자, 이데일리 202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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